by Inok Kim | Jun 17, 2024 | Poetry
지옥에서 피어나는 별 전사였던 나이사의 바람이 불기 전까지는 무쇠솥, 프라이팬은 중요한 순간마다 나를 찾았고냄비, 수저들은 내 발아래 줄을 섰지무적이었으니까 굴복시킨 건 아니야빛을 발하는 일은 죽을힘을 다해볼 만했으므로모두 폼나게 살 수 있었지등짝이 떨어져 나가는 고통도 물론 있었어가끔씩 시비 거는 어깨들그때 생긴 흉터훈장 같은 거였고 그날 내 주위에만 머물던 퐁퐁, 고무장갑, 행주들까지손발 척척 맞던 시절 따윈 잊은 듯기대와 들뜸저 우월감은 뭘까햇살마저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by Saemi Park | Jun 15, 2024 | Essay
눈물의 언어 아침이 오자 창문 너머로 ‘마미~~’를 외치는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우리 옆집은 유치원이다. 긴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해가 시작되자 새로운 아이들이 눈에 띈다. 처음으로 유치원 문턱을 넘는 세 살배기의 처량한 울음과 뒤돌아 몰래 눈가를 훔치는 엄마의 숨죽인 울음이 공기를 축축하게 적시는 달. 1월이구나. 이미 겪어 본 자의 여유인 것일까? 창문 너머로 ‘엄마, 엄마~’ 애타게 울부짖는 아이들을 보면 짠하면서도 귀엽다. ‘엄마’라는 한마디에 사랑과 그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