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영의 클래식을 읽다

클래식을 읽다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는 클래식: 슈만의어린이 정경

여러분, 어린 시절 보았던 세상을 기억하시나요? 너무 오래전 일이라 기억나지 않는다고요? 그래도 삭막한 세상을 걷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오래전 한 날의 잔상이 떠오르곤 합니다. 물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더 그리운 것도 사실이죠. 그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매개체 특별히 어린아이들을 마주할 때, 많은 애정을 쏟게 되는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에도 어린아이들에게 깊은 애정을 담은 곡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로베르트 슈만의 작품 번호 15번 ‘어린이 정경’입니다. 이 피아노 모음곡은 13개의 짧은 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슈만이 바라본 아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슈만은 1810년 독일에서 태어나 1856년 생을 마감할 때까지 작곡가, 음악 평론가, 지휘자 등으로 다양하게 활동했습니다. 그는 6살 때부터 음악을 배웠지만, 어머니의 뜻에 따라 1828년 라이프치히에서 법률을 공부했습니다. 그곳에서 슈만은 프리드리히 비크와 그의 딸 클라라 비크를 처음 만났고, 시간이 지나 1838년, 슈만과 클라라는 서로 깊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클라라는 슈만에게 “나는 당신에게 어린아이로 비칠 때가 많은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에 영감을 받은 슈만은 ‘어린이 정경’을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클라라는 슈만의 곡을 연주했고, 이로 인해 ‘어린이 정경’은 더욱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슈만은 아이들에게 깊은 관심과 애정을 품고 있었습니다. 13개의 곡은 아이들의 생각과 감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번 ‘미지의 나라들’은 아이들의 동경과 호기심을, 2번 ‘신기한 이야기’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은 아이의 놀람과 감탄을 그려냅니다. 5번 ‘완전한 만족’은 아이들의 순수한 만족을, 7번 ‘꿈’은 아이들이 꾸는 꿈을 부드럽고 서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12번 ‘아이는 잠들고’는 아이가 잠드는 과정과 평화를 묘사하고 있으며 끝으로 13번 ‘시인은 말한다.’라는 곡은 이 모든 감정을 마무리 짓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렇게 다양한 감정과 모습을 곡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은 슈만이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슈만이 어린아이들에게 애정을 쏟았던 이유는 그들이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가 ‘어린이 정경’을 즐겨 듣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입니다. 이 음악이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오르게 하기 때문이죠.

우리는 지나간 세월을 그리워합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으므로 그 시절을 더욱 그리워하는 것이죠. 그러므로 슈만의 ‘어린이 정경’은 우리의 그리운 어린 시절을 끄집어내고 또 잠시나마 그 시간으로 돌아가게 하는 음악이 된 것입니다.

이제,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조그만 추억들과 아름다운 기억들을 ‘어린이 정경’을 들으면서 하나둘 다시 꺼내 봅시다. 슈만이 그려냈던 미지의 나라들은 우리가 상상했던 미지의 나라들이 되고, 슈만이 노래했던 꿈은 우리 어릴 적 꾸었던 아름다운 꿈이 될 것입니다.

이규영

  •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 University Southern California 석사졸업
  • Manhattan School of Music Professional Study 과정 최우수 졸업
  • Boston University Doctoral Program 최우수 졸업
  • 메트로 폴리탄 오페라(Metropolitan Opera Competition) 콜로라도 콩쿠르 디스트릭 우승자
  • Music Academy of the West, Chautauqua Opera, Aspen Music Festival등 유명 음악캠프 참가
  • 현재 라디오코리아 주말 클래식 프로그램 판타지아 진행자
  • 현재 Long Beach City College, Moorepark College에서 Adjunct Professor로 재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