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만지다
올해 네 번째 <빛을 만지다>라는 타이틀을 붙여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지난 3~4월 두 달간 <이육사문학관>에서 열었고, 같은 그림 중 일부 선별한 작품을 오는 7월 하반기에 <성남시 서현문화의집>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같은 그림이어서 앞엣것을 <빛을 만지다 _ part I>, 뒤엣것을 <빛을 만지다 _ part II>라고 이름을 붙여본다.
요즘 그림을 그리며 관심을 두는 것은 ‘빛’이다. 빛이 있어 세상의 사물이 색깔을 띠게 되는 것은 자명한바, 모든 아티스트에게 빛만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빛은 그런 일반적인 관념적인 빛이 아니라, 실제 작품에 투사되는 빛을 의미한다. 즉 빛이 빚어내는 형태나 시각의 변화를 그림으로 표현해 보고 싶은 것이다. 한 예로, 검은 바탕에 레진을 올려 그림에 변화를 가한다. 그러면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따라, 혹은 그림을 보는 이의 위치에 따라, 그림이 전혀 다르게 드러난다. 심지어는 검은색이 흰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에는 이렇게 빛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작품을 여럿 선보이고 있다. 빛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며, 모든 존재가 이 세상에 발현되도록 추동하는 힘이다. 너무나 당연해서 그 가치를 잊고 있었던 빛, 예술가에게 영원한 숙제인 그것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세상 모든 것은 빛에서 와서 빛으로 돌아간다. 언젠가 ‘나’라는 존재도 저 빛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정한용
-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 1985년 <시운동>에 시 발표로 작품활동 시작
- 시집으로 『유령들』, 『거짓말의 탄생』, 『천 년 동안 내리는 비』
- 영어 번역 시선집으로 『How to Make a Mink Coat』, 『Children of Fire』, 스페인어 번역 시선집 『Registros de la experiencia humana』 등을 냈다.
- 2015년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개인전으로 <침묵의 노래 (2016), <사과나무에 촛불이 켜질 때〉 (2018-9),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2021)를 열었고, 지금 네 번째 전시회 <빛을 만지다>를 진행 중이다. 기타 여러 단체전에도 참여했다.

태양을 향하여
- 크기_P20 (72.7 x 53.0 cm)
- 재료_캔버스에 아크릴

빛을 만지다 4
- 크기_P15 (65.1 x 50.0 cm)
- 재료_캔버스에 아크릴

우주의 빛 2
- 크기_F20 (72.7 x 60.6 cm)
- 재료_캔버스에 아크릴

여름, 푸른 숲의 기억
- 크기_P20 (72.7 x 53.0 cm)
- 재료_캔버스에 아크릴

떠오르는 영혼들
- 크기_F20 (72.7 x 60.6 cm)
- 재료_캔버스에 아크릴
처음에는 김환기 그림들이 떠 올랐고, 시간이 좀 지나니 박수근의 그림들이 떠 올랐습니다. 그러나 이 두 분들보다 더 넓은 세계를 그려내시는 것을 보면, 선생님의 영혼은 훨씬 그들보다 자유로운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니 인간의 영혼은 푸른 빛처럼 모든 것들 속에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견고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냥) 부서지는 것도 아닌 질서있는 자유로움이 인간의 영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10월 내내 남미 여행을 다니느라 선생님의 말씀을 이제야 보게 되었습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들은 누구나 빛에 민감하리라 생각합니다. 빛이 색을 만드는 것일 텐데, 저는 색 이전의 빛 자체, 그 원 질료를 그림 속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보는 이에 따라, 상황에 따라, 그림이 달리 보이도록 만들려고 해봤습니다. 물론 잘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선생님께서 제 미흡한 그림에 과분한 평을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